‘슬레이 더 스파이어(슬더슬)’의 로그라이크 덱빌딩 시스템을 서브컬처 모바일에 이식하여 화제를 모았던 ‘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’. 런칭 후 상당한 시간을 들여 계정 레벨 45, 주요 캐릭터 2돌파까지 육성하며 깊이 있게 플레이해 보았습니다.
과연 이 게임은 검증된 장르의 재미를 잘 살려냈을까요? 아니면 과금 모델과의 불협화음만 남겼을까요? 직접 겪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과 아쉬운 점을 분석했습니다.

1. 진입장벽: ‘학습의 계단’이 사라진 덱빌딩

원작 격인 ‘슬더슬’은 카드가 적은 상태에서 시작해 하나씩 추가하며 덱을 익혀나가는 구조입니다.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고 학습이 자연스럽습니다. 하지만 카제나는 시작부터 다릅니다.
  • 12장의 압박: 3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짜야 하기에, 시작부터 최소 12장의 카드를 이해하고 들어가야 합니다.
  • 복잡한 조합: 캐릭터 간의 시너지까지 고려해야 하므로, 초반부터 유저가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습니다. 로그라이크 특유의 ‘가볍게 시작해서 깊어지는’ 맛이 사라지고 무겁게 시작합니다.

2. 가장 큰 불쾌감: 내 노력을 배신하는 ‘세이브 데이터 가치’

이 게임의 핵심은 ‘카오스’ 던전을 돌며 카드를 강화(번뜩임)하고, 최적화된 덱을 ‘세이브 데이터’로 저장하여 나중에 사용하는 것입니다.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시스템적 결함이 느껴집니다.
  • 고퀄리티 덱을 벌 주는 시스템: 덱을 너무 완벽하게 깎아서 ‘데이터 가치’ 점수가 높아지면, 저장 시 게임이 임의로 카드를 변경하거나 너프시켜 버립니다.
  • 불쾌한 경험: 30~40분을 투자해 완벽한 덱을 만들었는데, 저장하는 순간 내가 삭제한 카드가 되살아나거나 등급이 떨어집니다. 덱빌딩 게임에서 유저가 완성한 덱을 게임사가 강제로 망가뜨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‘불쾌한 경험’입니다.

3. 성장 억제: 게임사가 바짓가랑이를 잡는 느낌

유저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이고 기형적인 제약을 걸어두었습니다.
  • 신뢰도(호감도)가 막는 레벨업: 계정 레벨을 올리려면 캐릭터 신뢰도를 올려야 하는데, 선물을 살 재화도 없고 산책 등 상호작용 기회도 랜덤입니다. 단순히 운이 없어서 메인 콘텐츠가 며칠씩 막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.
  • 과도한 재화 요구량: 캐릭터 뽑기 비용도 비싼데, 육성에 들어가는 재화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. 다양한 덱을 실험해보는 것이 덱빌딩의 재미인데, 재화가 없어 주력 3인방 외에는 키울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.

4. 엔드 콘텐츠의 부재: “이 덱, 어디다 써요?”

온갖 억까를 뚫고 덱을 완성(세이브)했다고 칩시다. 문제는 그 완성된 덱을 활용해서 뽕맛을 느낄 곳이 없습니다.
  • 초공간 유역: 그냥 오토 돌리고 보상받으면 끝인 숙제 콘텐츠입니다.
  • 코덱스(하드 모드): 여기가 엔드 콘텐츠인데, 황당하게도 내가 깎은 세이브 덱을 못 가져갑니다. 여기서 다시 맨땅부터 덱을 만들어야 합니다.
  • 결론: 열심히 파밍해서 만든 ‘나만의 최강 덱’이 활약할 무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.

5. 서브컬처로서의 기본기 부족

비싼 돈을 주고 캐릭터를 뽑았는데, 그에 대한 보답(만족감)이 부족합니다.
  • 로비 배경 인질극: 가장 많이 보는 로비 화면의 배경을 바꾸려면 신뢰도 10을 찍어야 합니다. 돈 쓴 유저에게 예쁜 화면 하나 보여주는 것조차 꽉 막혀 있습니다.
  • 전투 묘사의 부재: 스토리에서 캐릭터의 강함이나 활약을 컷신이나 연출로 보여주지 않고, 그냥 인게임 전투 화면으로 퉁칩니다.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기회가 없습니다.
  • 설정 구멍: 주인공(함장)만이 가진 ‘길 찾기 능력’이 유일한 아이덴티티인데, 악당은 “난 그냥 길 아는데?” 하고 지나가는 등 개연성이 부족합니다.